Phase 1 : 해봤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던 첫 취업 준비 시기
내가 취업 준비를 처음 시작한건 25살 4학년 2학기였다. 사실 취업준비라고도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연습삼아 해보는 거지 뭐' 라며 합리화를 했고, 나름 학교 내에서는 성적도 좋고 대외활동도 많이 했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한 터라 주변에서는 다들 'OO언니/누나는 취업 엄청 잘할 듯', 'OO이는 잘 하겠지' 라며 얘기하곤 했다.
그런 말들이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나를 게으른 나를 합리화 하게 만들었다. 뭐 딱히 겉으로 보기엔 게으른 것도 아니고, 뭔가를 계속 하고 있긴 했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게 뭔지도 찾아 보고, 전공을 살려 SWOT 으로 기업 분석도 해 보고, 가고 싶은 기업의 자기소개서도 써 보고
인적성도 풀어 보고, 면접 기출 문제도 찾아 보고 ..
"문제는, '해 보기만 했다' 라는 것"
남들 한다는 건 다 해봤다는 이유로 서류 탈락만 했음에도 어찌나 서럽던지. 어쩌다 운 좋게 서류 하나 붙은 날이면, 또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게 끝이 아닌지도 모르고) 모든 일에 일희일비 했다. 그 땐 내가 자존감이 높은 당당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유리멘탈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취업준비 시즌은 끝이 났다.
Phase 2 : 인턴생활을 핑계로 도망다녔던 두 번째 취업 준비 시기
그렇게 16년 하반기 취업 시즌이 끝나고, 나는 조급한 마음에 경력과 경험 한 줄이라도 추가하고자 인턴 여러 군데를 지원했다.
다행히도, 아니 정말 운이 좋게도 GM Korea 에서 쉐보레 Brand 마케팅팀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내가 희망하는 직무가 브랜드 마케팅이었고, 가장 관심있는 분야도 자동차였기 때문에 나에겐 황금같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마케팅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열정을 쏟아 부으시는 분이었고, 실제로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가 가득한 분들이셨다. 마케팅이란 무엇이며 우리의 브랜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늘 고민하셨으며, 겨우 인턴이던 나와도 열린 토론을 해보고 광고 촬영장, 세미나 등 마케팅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주셨다. 한 마디로 나에겐 정말 인생의 자산이 되는 분들이어었다.
어쨌든 그때 인턴 기간이 17년 상반기 취업준비 시즌과 상당부분 겹쳤다.
그래서 사실 그 때 서류와 인적성을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그 때는 그 이유로 나를 합리화 했다.
"나는 끊임없이 나를 합리화 할 이유만 찾고 있었다."
이시기의 나는, 첫 취업준비 시기보다 서류는 1~2개 더 붙긴 했지만 (마케팅 인턴 경험이 추가 되서 그런진 몰라도)
인적성 시험에서 모두 씁쓸한 결과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겐 이러한 변명을 하고 있었다.
인턴하느라 나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 볼 시간이 없어서 자소서에 많이 공들이지 못했고
겨울 방학 동안 인적성을 미리 공부해 두지 못해 서류를 붙어도 1~2주만에 인적성을 공부해야 했다는 게 이유.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너무 불안했다. 수십 곳의 기업에서 탈락 통지를 받게 되자 '이러다 정말 취업을 할 수 있긴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계속 되었고, 딸의 눈치를 보며 '취업 준비는 잘 되가?' 라고 조심스레 묻는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 집에 내려가는 날이 점점 드문드문 해졌다.
17년 상반기 취업시즌이 끝났던 6월 무렵 서류 지원했던 회사만 47개, 이 중 서류합격한 회사는 10개 남짓, 인적성은 모두 탈락했다. 참 많이 좌절했다.
5개월 뒤, 나는 대기업 영업마케팅직무 신입사원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합격 통지를 받은 순간부터 나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그 5개월 간 무슨 일이 나에게 있었는지, 어떤 노력들이 나를 합격으로 이끌게 해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포스팅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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